<출처-xwing님>
사실 큰 범주에서 보면 데이터링크를 이용한 미사일 유도 방식도 지령유도 방식의 한 갈래입니다. 자료에 따라서는 아예 지령유도 방식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다만 지령유도 방식이라고 하면 어감상으로는 말 그대로 '명령'을 주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지령유도 방식 미사일인 나이키-허큘리스, SA-2, SA-3 같은 미사일이나 시선지령유도 방식인 크로탈, 천마 같은 미사일은 자체적으로 '유도조종(Guidance & Control)' 장치가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유도조종이란 탐색기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두뇌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즉 미사일이 조종날개를 어떻게 움직여야 표적에 명중하는 코스로 움직일지 계산하는 것이 유도조종장치입니다. 앞의 예를 든 지령유도 방식의 미사일들은 이것을 전부 지상(혹은 해상)의 화기관제장치가 대신 해줍니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전자장비의 단가가 훨씬 비싸기도 했고, 또 소형화 기술도 부족하였기 때문에 비싼 전자장비를 1회용인 미사일에 넣기 보다는 지상에 둔 셈입니다. 이 방식은 지상의 화기관제장치가 코스를 계산하고 그 코스로 날아갈 수 있도록 미사일에 지령(명령)을 줍니다. 어찌보면 미사일은 속도가 무지하게 빠른 R/C 비행기인 셈입니다. 미사일은 스스로의 위치를 계산하여 화기관제장치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아니면 지상의 레이더나 기타 장치로 적기의 위치 뿐만 아니라 미사일의 위치까지 직접 추적하면서 미사일이 정말 지상의 화기관제장치가 정해준 경로대로 잘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합니다.
PAC-3를 제외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쓴 TVM(Track via Missile) 방식도 지령유도 방식의 한 갈래입니다. 이 방식은 기본적으로 지상의 레이더가 표적을 비추면,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신호를 미사일의 안테나가 받아들인다는 것 까지는 반능동 레이더 방식과 똑같습니다. 그러나 반능동 레이더 방식인 RIM-7 같은 미사일은 이 받아들인 신호를 토대로 스스로 직접 경로를 계산하여 움직이는데 반하여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그대로 자신이 받아들인 신호 정보를 지상의 화기관제로소 토스해버릴 뿐, 스스로 경로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경로를 판단하는 것은 지상 화기관제소의 몫이며, 지상화기관제소는 미사일에 다시 지령을 보내게 됩니다.
꽤나 복잡한 방식이지만 미사일에 고가의 전자장비인 유도조종장치를 집어 넣지 않아도 된다는 매력과, 그래도 완전 지령유도 방식에 비하면 종말 단계에서 더 정확한 표적추적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이 방식을 씁니다(패트리어트가 워낙 현재까지 쓰다보니 좀 의아스러우실 수 있으나 초기 버전의 개발은 1970년대 초반 부터 시작하였고, 일선 부대에 막 배치되던게 1980년대입니다).
전투기의 경우에는 전투기의 레이더에 미사일의 유도제어 기능까지 포함하는 것 또한 큰 일이다보니 AIM-7 처럼 미사일도 자체적으로 유도조종 장치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다만 보통 이런 미사일들에 들어가있는 유도조종장치는 간단한 비례항법 방식의(쉽게 말해 예상충돌 지점을 계산하는 리드샷) 경로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요즈음처럼 공대공 미사일이 최대사거리로 비행하려고 일단 고도를 높여서 위치에너지를 확보한 다음에 다시 아래로 내려가면서 벌어 놓은 위치에너지를 속도에너지로 바꾸는 정도의 복잡한 유도조종 방식이 쓰인것은 더 나중의 일입니다(덩치 크고 값도 비싼 AIM-54 정도쯤 되면 이 시절에도 이런 기능이 붙어 있긴 했지만).
그러나 전자장비의 가격이 내려가고 부피도 작아지면서 이제는 지상의 미사일 관제소의 유도조종 명령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 등장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공 미사일들은 자체적으로 유도조종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스스로 나아갈 길을 스스로 계산할 수 있게된 셈입니다.
그래서 근래에 개발된 미사일들의 '지령'은 정확히는 표적 정보일 뿐, 미사일에 대한 명령은 아닙니다. 보통 이런 장치들도 '명령수신장치(Command Receiver)'라고 부르기는 하는데 이건 어찌보면 과거의 명칭이 그대로 남아서 그리 된 셈이죠. 그래서 최근에는 명령이 아니라 유도정보수신이나 데이터수신 등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최근 중거리 이상의 대공 미사일은 관성항법장치가 기본 탑재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중간 유도를 관성항법으로 날아간 다음, 종말 단계에서 자체 탐색기로 표적을 쫓아가게 됩니다.
관성항법이란 쉽게 말해 정해진 좌표대로 날아가는 방식입니다. 그게 2차원 좌표가 되었건, 3차원 좌표가 되었건... 미사일을 무턱대고 발사하진 않을 테고, 일단 지상(혹은 항공기)의 여러 센서로 표적의 위치와, 속도, 비행방향 등을 알아냈을테니 이 정보는 미사일에게 발사 직전에 전송됩니다(발사 직전까지 미사일은 보통 케이블로 발사대와 연결되어 전원 및 각종 신호를 주고 받습니다. 이를 보통 엄빌리컬 케이블-에반게리온이 생각나죠?-이라 하며 우리말로 직역하여 배꼽 케이블이라 하기도 합니다).
미사일의 유도조종장치는 이 정보를 토대로 표적과의 예상충돌 지점을 계산하고, 관성항법을 통하여 그 근처까지 날아갑니다. 표적 역시 계속 날아가고 있으니 '현재의 표적 위치'로 날아가면 안되고 '예상 위치'로 날아가야 하죠. 그리고 그 근처에서 탐색기를 켭니다(탐색기를 날아가는 동안 켜 놓기 보단 일단 표적 근처에가서 켜는 것이 전력소모 효율도 좋고, 능동 탐색기의 경우 적의 RWR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미사일이 발사된 직후 갑자기 적기가 방향을 틀거나 속도를 바꾸거나 한 경우입니다. 미사일은 관성항법만으로 날아가게 되면 중간에 적이 경로 등을 바꾸었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자체 탐색기로 포착하기엔 아직 거리가 너무 먼 데다가 보통은 위에 말씀드린대로 중간 단계에선 아예 이걸 켜지도 않고 날아가니까요.
그래서 데이터링크 등으로 부르는 방식이 등장한 셈입니다. 이를테면 AIM-120을 발사하면 전투기는 표적을 추적하는 한편, 전투기 자체의 레이더나 혹은 별도의 데이터 송신기로(보통은 자체 레이더) 적기에 대한 정보를 계속 갱신해줍니다. 만약 적기가 경로 등을 바꾸었다고 해도 전투기가 그 정보를 계속 갱신해주므로 AIM-120은 수신한 정보를 토대로 계속 예상충돌 코스를 수정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단방향 데이터 링크(1 Way Data link)입니다. 데이터링크란 표현을 쓰다보니 LINK-16 등과 호환되는 것이 아닌가 싶으실 수도 있으나 그런 것은 아니고, 말 그대로 데이터를 링크해준다는 뜻일 뿐입니다. 보통은 화기관제 레이더의 안테나를 그대로 사용하여 데이터를 주고 받으므로 X밴드 대역을 많이 씁니다(ESSM처럼 X밴드와 S밴드 양쪽 모두 지원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대부분의 공대공 미사일은 어차피 전투기 레이더가 X밴드를 사용하므로 데이터링크 장치 역시 X밴드로 신호를 주고 받습니다.
최근 미사일은 양방향 데이터 링크(2 Way Data link)가 늘고 있는데, 사실 유도능력 자체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양방향이란 미사일이 데이터를 받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 또한 자신을 발사한 전투기(혹은 지상 관제소)에게 데이터를 전송해준다는 소리입니다.
여기서 미사일이 주는 데이터란 미사일 자신의 위치, 미사일 자체 탐색기의 작동여부 및 적 포착 여부 등에 대한 정보입니다.
비행시뮬 게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AIM-120 발사과정을 체험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AIM-120을 발사하고 나면 전투기의 HUD 상에는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미사일의 탐색기가 켜지는 '예상' 시간입니다. AIM-120이 탐색기가 정말 켜졌는지, 그리고 정말 표적을 물어서 능동 유도 모드로 들어갔는지는 전투기 입장에서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상'이죠.
양방향 데이터링크가 되면 이게 '예상'값이 아니라 실제 미사일이 '나 탐색기 켰다.' '나 표적 포착 했다.'라고 정보를 전송해주는 셈입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것 자체는 미사일의 유도성능을 높이거나 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미사일을 발사하는 입장에서는 미사일이 중간에 표적을 놓치지 않았는지, 그래서 제2탄을 발사할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등을 더 빨리 판단할 수 있는 등, 전술적으로 더 유리해집니다. 그래서 AIM-120도 D 모델 부터는 양방향 데이터링크를 달려 하고 있고, 미티어 등도 이런 기능을 추가한 것입니다.
군사무기 학회나 유도무기 학회 등에 발표된 논문 등을 참조해보면 우리나라의 무기체계중 천궁은 양방향 데이터링크를, 해궁과 130mm 유도로켓은 단방향 데이터링크를 사용합니다.
Ps. 지대공 미사일의 경우 대체로 공대공 미사일 보다 Fire & Forget에 대한 필요성이 적다보니 중간 유도는 관성항법+데이터링크더라도 종말 단계는 능동 레이더 유도 방식보다 반능동 레이더 유도 방식을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차피 지상이나 함상은 공간도 널널하니 일루미네이터를 엄청 고성능의 것을 달거나 여러개 달아서 이것으로 동시 다표적 공격이 가능하였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지대공 미사일도 전부 능동 레이더 유도 방식을 다는 추세인데, 일단 정밀도가 일루미네이터등이 주로 쓰는 X밴드보다 더 높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여 종말 단계에서의 정밀도를 한층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보통 주파수 대역이 더 높아지만 탐지거리가 더 떨어지므로 높은 주파수의 전파를 직접 적기와 거리가 수 십km 이상 떨어져있는 일루미네이터에 쓰는 것은 무리지만, 미사일 자체의 레이더라면 어차피 십여 km 이내로 접근후 작동하므로 이 문제가 덜합니다. 요근래는 특히나 대공 미사일이 탄도탄 요격 같은 것도 해야해서 표적을 직격으로 맞춰야 하다보니 능동 레이더의 정확도가 이전보다도 훨씬 중요한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또한 꼭 높은 주파수 대역을 쓰는 것이 아니더라도 종말 단계부터는 자체 유도 모드로 들어가면 동시 다표적 공격 능력이 한층 높아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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